교계소식

집밥’ 그리운 청년들에 “한 입만 먹고 가!

천사의 기쁨 2023. 11. 23. 11:28
서울 관악구 1인 가구 청년들이 21일 오후 명성교회 교육관에서 식사하고 있다.

21일 오후 6시30분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봉천역.3번 출구를 빠져나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높고 긴 언덕이 펼쳐져 있었다.다세대주택이 늘어선 어두운 골목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5분쯤 걸었을까.현관문이 활짝 열린 단독주택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명성교회(김인환 목사) 교육관이었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교육관은 통로를 기준으로 방 3개와 화장실이 있었다.모퉁이에 있는 주방에선 이 교회 전희영 권사와 임희조 집사가 된장을 푼 시래깃국을 끓이고 있었다.수육을 만들기 위해 2시간 전부터 돼지고기를 삶기 시작했고 겉절이도 만들었다고 했다.

이날 식사는 지역의 혼자 사는 청년들을 위해 준비했다.한 입만 먹고 가라는 제목으로 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이 프로그램은 지역 중앙사회복지관과 교회가 협력해 지난 4월 시작했다.식비는 복지관이 부담하고 교회는 인력과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송이 중앙사회복지관 팀장은 청년들의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교회와 손을 잡았다며 매주 화요일 저녁 청년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조사한 서울시 세대원 수별 세대수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관악구의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 중 62.2%(17만8000여명)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청년들이 하나둘 교육관으로 들어왔다.이들은 자취방에 가져갈 배추김치부터 한 포기씩 담았다.겉절이 포장을 마친 뒤엔 캠핑장처럼 꾸며진 방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직장인 주인경(가명 28)씨는 너무 맛있어서 경남 김해에 계시는 부모님께도 사진을 찍어 보냈다.방금 부모님께 밥을 잘 먹고 다녀 안심된다는 답장도 받았다며 고마워했다.

교육관에는 식사를 마친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꽃이 피었다.구면인 듯 반말로 대화하는 이들이나 취업 계획을 소개하는 대학원생 등 대화 내용은 다양했다.이날 2시간 동안 17명의 청년이 교회를 찾았다.

교회는 청년과 청년을 잇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었다.

서울 강남에서 일하는 강대원(가명 30)씨는 울산에 살다가 지난해 12월 취업하면서 관악구로 이사 왔다며 여기(교회) 와서 동네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고 했다.강씨는 여기서 만난 사람 4명과 단톡방도 만들었고 주중에 한 번씩 만나 함께 저녁도 먹는다며 최근엔 도림천을 방문해 산책도 했다고 말했다.

교회와 복지관은 내년부터 주 2회 저녁 식사를 준비할 계획이다.

김옥현 사모는 웃는 모습으로 돌아가는 청년들을 보니 힘이 난다며 반색했다.한 팀장은 인력과 장소가 마련돼 있다 보니 평균 1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도 20여명에게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며 주로 주일에 교인들이 사용하는 교회는 평일에 이런 일을 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라고 평했다.

글 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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