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의 치부책!/(詩;염경희(낭송:박영애)*♡
국문도 깨치지 못한
눈뜬장님으로 한평생을 살아오신 울 엄마
아라비아 숫자 역시 제대로 나열하지 못했지만
보따리장수 다니면서 터득한 당신만의 주먹구이 계산법이
화투판에서 총기 왕성한 똑순이 할머니랍니다
당신의 치부책은
연말이면 농협은행에서 받아오는 달력
커다란 아라비아 숫자 아래
음력이 적힌 달력이어야만 합니다
국문을 쓸 수 없는 무학의 서러움을
동그라미에 풀어내신 울 엄마
당신만의 표기법으로 꼭 빠트리지 않는 것은
백수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다섯 남매의 생일 날짜에
연필에 침 발라 굵게 동그라미를 그려 놓는답니다
짊어졌던 짐이 조선 반만큼이나 했을 세월은
까마득하게 훌훌 벗어내신 듯
막내딸이 떨어뜨리지 않는
고소한 두유 한 모금으로 입 다시고
보조차 의지하여 화투 치러 갑니다
오늘도 울 엄마의 치부책에는
당신만의 암호화된 숫자가 그려지겠지요
최고의 효자라는 기초 노령 연금과 다섯 남매의 용돈
화투판에서 낸 수입과 지출이
울 엄마의 방식대로 오묘하게 기록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