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소식

사랑 한 스푼, 용기 두 스푼. 기도 제목에 어울리는 차 한잔 하며 하나님과 독대해요!

천사의 기쁨 2024. 6. 21. 13:29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인 서대문구 연희동에 이른바 팝업 기도실이 첫선을 보였다.교회나 기도원 등 종교시설이 아니라 카페 내부 별도의 공간을 기도실로 활용한 것이다.

20일 오후 2시 카페 잘루(JALU)에 들어서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 듯했다.대낮인데도 내부는 어두운 분위기에 고요했고, 방문객들의 소리없는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팝업 기도실에 들른 손님이 기도실에서 기도하고 있는 모습.

눈길을 끄는 건 눈앞에 보이는 십자가 왼편의 검은색 커튼으로 가려진 기도실이었다.5평 남짓의 기도실 책상에는 감사목록과 기도제목을 적을 수 있는 엽서가 놓여 있었고 벽면에는 기도제목과 성경구절이 적힌 메모지가 한 면 가득 붙어 있었다.기도를 하려는 손님이 들어가자 기도실은 20분간 커튼으로 닫혔다.

기도를 마친 손님은 자신의 기도제목이 적힌 종이를 카운터에 내밀었다.그러자 위로의 메시지가 적힌 카드와 그 내용에 맞게 블렌딩된 달달한 망고멜랑 차를 받았다.

20일 서울 서대문구 카페 잘루에 마련된 기도실에 비치된 기도제목 엽서와 기도제목에 맞춰 블렌딩된 차(tea)에 대한 설명서.

매일을 감당할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라고 적힌 기도 종이를 받아든 최영윤 카페 잘루 대표는 용기를 내기 위해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할 것 같아요.사랑을 상징하는 단맛의 차를 추천해드립니다.하나님의 사랑이 당신의 걱정을 어루만져 주실 것입니다라며 이 차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팝업 기도실은 22일까지 이어지는 기도 프로젝트-히즈룸(His room)에서 소개된 것이다.카페 잘루 기독교 유튜브 채널 5호선 청년부 기독교 굿즈 낫마인이 함께 마련한 행사다.방문자는 사전 예약을 통해 20분간 기도 시간을 가진 뒤 기도제목을 제출하고, 카페 주인은 기도제목에 맞는 차를 맞춤형으로 내어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팝업 기도실 프로젝트의 실험 취지는 명확하다.기도 시간을 사치라고 여기는 청년들에게 온전히 기도에 몰입할 수 있도록 기도실을 제공함으로써 거룩한 여백을 경험토록 한다는 것이다.주최 측은 여러 여건을 고려해 팝업 기도실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하효선(23) 작가는 서울 시내에서도 북적이는 핫플레이스에 기도실을 만든 것은 나에게 실험 같은 것 이라고 말했다.이어 청년들이 기도실이라는 공간을 떠올리는 이미지의 벽이 너무 높다.청년들이 기도할 때 정결해야 할 것 같은,위대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하 작가는 청년들이 이 공간을 통해 하나님과 온전히 독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기도 프로젝트는 첫날부터 예약이 마감됐다.이날 프로젝트에 참여한 서여정(36) 집사는 회사에 있을 때 기도하고 싶지만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다면서 출퇴근하며 정신없이 사회생활을 하다 일터 가까운 곳에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청년들에게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글 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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