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소식

시청자들이 '회빙환' 드라마에 열광하는 까닭은!

천사의 기쁨 2024. 6. 1. 11:20
최근 몇 년간 회귀물을 장르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최근 큰 사랑을 받으며 종영한 tvN의 선재 업고 튀어.tvN 제공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내 남편과 결혼해줘 그리고 최근 큰 사랑을 받으며 종영한 선재 업고 튀어까지.최근 몇 년간 회귀물을 장르로 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회귀물이란 인생 다시 살기를 주요 소재로 삼는 작품군으로,주인공이 죽음을 맞닥뜨리는 순간 후회라는 감정을 강렬히 느껴 현재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는 설정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대중문화의 큰 트렌드로 여겨지고 있다.그 이유는 무엇일까.왜 시청자들은 인생 2회차를 그리는 서사에 유난히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이에 대해 몇몇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 정신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몇 해 전부터 한국 사회 청년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됐던 용어인 수저계급론과 7포 세대 등은 모두 이번 생에 대한 포기나 좌절감과 맞닿아 있다.젊은 세대의 무기력이 곧 인생 리셋의 간접체험의 열망으로 연결됐고 회빙환 드라마가 인기를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여기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요즘 회빙환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절망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빙환 드라마의 시작은 대부분 이생망을 연상케 한다.주인공이 믿었던 사람이나 돈으로부터 배신당하고 자신의 목숨마저 잃게 된다는 것이 첫 화의 줄거리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주인공들은 초반에 회귀의 목적을 복수에만 두곤 한다.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그들은 자신에게 피해를 줬던 가해자보다,자기 자신에 대한 통찰을 더 많이 하는 모습을 보인다.지금껏 알게 모르게 힘이 되어준 소중한 가족과 인연들에 대해 고마움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또한 좋은 미래를 위해 부정적인 현실을 회피하는 것에서,점차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돌파해나가는 태도로 성장한다.그렇게 복수담으로 시작한 드라마는 회복담으로,사랑하는 이를 구하는 구원담으로 확장된다.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주인공의 관점으로 함께 따라가며 처음에는 인생 리셋에 대한 원초적인 감성에만 공감하다가 점차 현재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고찰로 나아가게 된다.나는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인가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등을 곱씹으며 오늘의 삶에 더 충실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회빙환은 언제까지나 판타지 이야기일 뿐이다.그러나 이를 소비하는 대중의 열망은 지극히 현실적이다.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것.그런데 현실 세계에도 충분히 가능한 회귀라는 게 있다.기독교에서 말하는 회심이다.그리스도인들은 종종 자신이 겪은 회심을 인생 2회 차에 비유하곤 한다.한 사람이 자신을 위해 십자가 위에서 죽으신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면 새로운 피조물로 변화할 수 있다(고후 5:17)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판타지 속 일회적인 회귀가 아닌,매일의 일상에서 회심을 이뤄내야 하는 존재이다.이전의 기억은 그대로 안고 살아가면서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더 나아가 성숙한 윤리적 태도로 살아가야 한다.하지만 개인적인 회심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사회적 영역에서 나타나는 관계적 공동체적 회심도 함께해야 한다.

요즘 그리스도인 중에서는 교회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이생망과 같이 이 시대의 교회는 망했다는 식의 자조 섞인 말을 내뱉는 경우가 종종 있다.하지만 지금에라도 그리스도인들이 일상에서의 회심을 교회적으로,사회적으로 확장해 나가기만 한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돈과 명예 등 왜곡된 가치들로 인해 그간 생명을 귀하게 돌보지 못했음에,세상과 갈등하면서 이웃과 사회를 향한 사랑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음에 후회하는 것에서부터 교회의 회복이 시작될 수 있다.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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