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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金 향한 열기… 영하 10도 강추위 녹였다!

천사의 기쁨 2023. 1. 2. 11:40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 2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대운동장에서 새벽 러닝을 하고 있다. 양궁 안산, 체조 여서정, 쇼트트랙 최민정 등 국가대표 선수들은 진천선수촌에서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위해 저마다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진천=최현규 기자

새해를 앞둔 지난 27일 새벽 적막한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운동장에 때아닌 빗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아침 구보에 나선 선수들이 입은 패딩에서 나는 마찰음과 운동화가 트랙을 딛는 소리가 한데 뒤섞여 비가 퍼붓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다.

7개 종목 150여명의 국가대표들은 라이트 불빛으로 대낮처럼 환한 운동장을 말 없이 줄지어 돌았다. 영하 10도에 달하는 강추위도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하나 둘 걸치고 있던 외투를 트랙 옆 눈밭에 벗어 던졌다. 유도 선수단은 아예 상의를 모두 탈의했다. 몸에 열이 오르고 숨이 가빠지며 흰 입김도 한층 짙어졌다. 트랙을 메운 거친 숨소리에 이따금 “악!” 하는 기합이 섞여 나왔다.

선수들은 구보에 앞서 실내 체육관에 모여 아침 체조 겸 스트레칭으로 이날 하루를 열었다. 마스크는 물론이고 모자와 넥 워머, 귀마개 등으로 꽁꽁 싸맨 채였지만 양궁 안산(22), 체조 여서정(21) 등 올림픽 스타들의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시연자의 동작에 맞춰 몸을 푸는 선수들의 머리 너머론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결실은 달다’는 현수막 속 문구가 선명했다.

러닝까지 마친 선수들은 저마다 종목에 따라 훈련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빙상장에선 빙속 대표팀이 계주 연습에 나섰다. 최민정(25)과 이준서(23) 등 쇼트트랙 간판 선수들이 유니폼을 갖춰 입은 채 세 명씩 얼음을 지쳤다. 링크 중앙에서 조언을 하는 코치진과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음악만 빼면 실제 경기 중이라 오해할 만큼 진지한 분위기였다.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선 유도 선수단이 ‘힘자랑’을 했다. 공개 훈련 ‘단골 메뉴’ 격인 밧줄 오르기도 등장했다. 66㎏급 안바울(29)은 기다란 벤치에 엎드린 채 20㎏짜리 바벨을 힘 들이지 않고 연신 뽑아올렸다.

아침 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은 하나 둘 선수촌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판을 앞에 두고 앉은 이들의 얼굴에서 훈련할 때 보였던 진지한 표정은 찾기 힘들었다. 코로나19 탓에 식탁마다 설치된 투명 아크릴 칸막이에도 삼삼오오 나누는 대화 속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러나 ‘본업’ 앞에선 더없이 어른스러웠다. 유도 81㎏급 이준환(21)은 새해 목표를 묻는 말에 지체 없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 답했다. 그는 “안 좋았던 발목 상태가 70% 정도로 올라왔다”며 “남은 기간 준비 잘 해 100%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인탁 진천선수촌장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일본에 (금메달) 26개 차이로 졌는데, 그 간극을 최대한 좁히는 게 새해 바람”이라고 말했다.

진천=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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