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소식

입법시한 넘겼지만… “낙태죄 완전 폐지된 것 아니다!

천사의 기쁨 2021. 1. 13. 00:19

허브 매커시 세이브더스트록스 이사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해 1월 서울 국회에서 열린 ‘국제 생명주의 성가치관 교육을 위한 포럼’에서 “낙태는 영적 문제이므로 교회는 낙태가 죄이자 살인임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낙태의 법적 규율은 세계관과 가치관의 대립뿐만 아니라 전통과 현실, 현재의 일시적 안위냐 미래 사회를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이냐의 문제다.

특히 생명존중과 국가의 인구정책, 여성을 위한 선택이냐 태아의 생명을 위한 선택이냐 등의 관점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뿐만 아니라 윤리·종교적 신념 등 본질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집약된 문제덩어리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1년도 안 되는 시한을 주고 국회의 입법자들이 해결해 보라 했다. 그때까지 해결이 안 되면 해당 규정은 효력을 잃는다는 헌재 재판관들의 식견은 시장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시민의 상식보다 더 초라해 보인다.

한국의 헌법재판소 제도는 30년이 넘었다. 하지만 매우 권위적이고 불합리한 요소들이 개선되지 않은 채 굴러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데올로기 그룹들의 행태다. 바위에 계란 던지기 식으로 헌법재판을 이용해 생업을 이어갈 정도다. 올해에 패했으면 그다음 해, 다시 또 그다음 해에 헌재를 이용해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한다. 헌재 결정에 기판력과 확정력이 구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헌법재판관들은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에 점차 녹아들기 시작한다. 이처럼 같은 이슈에 대한 소송 중독을 막으려면 적정한 간격을 설정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시한을 정한 헌법불일치결정의 경우, 그 시한 설정이 턱없이 불합리할 때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처럼 국회가 새로 개원하고, 낙태죄 손질처럼 심대한 이슈에 2개 이상의 법률이 맞물려 있는 경우 기한을 연장·변경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낙태죄 개정은 입법시한을 넘겼다. 현재 국회에 낙태죄 개정 법률안이 정부안과 의원발의안을 합쳐 6개가 제출돼 있음에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국회가 본질적인 논의를 회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여 몹시 아쉽다.

낙태죄 처벌 규정이 현존하는 시점에도 한국의 인구대비 낙태율이 높은 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합법적 인공유산, 임신중절 제도가 마련된 나라는 합법적 낙태라는 이름 아래 불법 낙태가 쉽게 행해져 왔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처럼 경제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던 시기에 산아제한을 국가정책으로 장려했던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수사 소추 기관이나 사법기관들이 태아 생명보호라는 법질서의 근본적인 요구를 실현하는 데 소홀했던 결과다.

그리하여 낙태죄 형법 규범과 낙태 현실의 괴리가 크게 벌어지면서 낙태죄 규정이 마치 규범력을 잃고 사장된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도록 만들었다. 이는 생명보호 법규범의 실현이라는 직무를 유기한 나쁜 법 정책의 대표적 사례다.

법무부와 사법부는 법익 보호와 질서유지의 관점에서 이런 생명파괴적인 범죄행위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이기보다 점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헌재 재판관들마저 낙태죄 규정이 실효성을 잃었다는 착각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우리는 ‘낙태죄 규정은 현재도 개정의 대상이며, 완전히 폐지된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합법적인 낙태를 가장한 불법적인 생명살해를 막기 위해 형사사법 기관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때라고 외쳐야 한다. 특히 산아제한 장려 시기부터 검찰, 경찰, 법원이 태아의 생명보호에 미온적 태도를 취해온 것은 반성해야 마땅하다. 낙태죄 규범의 보호법익은 태아의 생명이다. 생성 중인 생명도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존중요구에 비추어 형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현재 낙태 옹호론자들은 낙태죄를 형법에서 전면 삭제하고 임신부를 위한 사회보장제도와 특별법적 장치를 통해 이를 커버하려 한다. 이런 착상은 법익 질서의 피라미드구조물에서 그 기초석 하나를 빼내는 것처럼 위험스럽고 엉뚱하다. 그런데도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이를 밀어붙이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부의 생명권이 충돌하는 비극적 한계상황에 처한 극히 예외적일 때에만 임부의 생명을 위해 태아의 생명을 희생시킨다. 이는 자연법적으로 정당화될 뿐만 아니라, 현행형법상 긴급피난, 사회상규 규정에 따라 정당화될 수 있다.

이 비극적인 한계상황 외에 적응 사유, 즉 산모의 건강을 위해서라든가 우생학적 원인, 성범죄로 인한 원인, 사회·윤리적인 원인(근친상간) 등은 태아의 고유한 생명권을 희생시킬 만큼 중대한 사유가 아니다.

그러므로 개인적으로 딱한 사정은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로 취급해 법질서로부터 관용이 베풀어지는 면책 사유의 하나로 취급하는 게 옳다. 하지만 낙태 합법화 정당화 사유와 달리 둘러대기 편하고 남용 소지가 많은 사회 경제적 사유는 다르다. 이를 낙태 사유에 나란히 넣은 것은 구색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다른 합법적 제한 조건과 사회·경제적 사유가 얽히는 것은 법의 혼선만 초래할 뿐이다.

이런 시도는 죄 없고 연약한 태아에게 불안하기 그지없는 흉기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연약한 태아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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