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이대호와 한동희를 중심으로 선두다툼에 뛰어들었던 폭발력은 사라지고 어느덧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사령탑이 “미쳤다”(Crazy)고 토로할 만큼 동시다발적 부상 악몽에서 시작된 악순환이 팀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이달 들어 4할 승부에도 못 미친 건 최하위 한화 이글스와 롯데 두 팀뿐이다.
롯데는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맞대결에서 0대 4로 완패했다. 상대 선발 고영표에게 완봉을 허용하며 무기력하게 2연패를 당해 위닝시리즈를 내줬다. 4월까지 승률 0.609로 2위를 달리던 팀이 5월 승률 공동 9위(0.346)로 수직 낙하하더니 6월 들어서는 아예 승률 최하위(0.250)로 처졌다.
하필 홈에서 더 부진하는 바람에 시즌 초 꽉꽉 들어차던 사직의 흥행 바람도 차갑게 식었다. 5월 한 달 홈에서만 2승 10패를 거뒀는데 삼성 라이온즈(6-8일), KIA 타이거즈(17-19일), 키움 히어로즈(27-29일)에 세 차례 스윕패를 당했다. 롯데가 홈에서 시리즈 3연전을 3번이나 모두 내준 것은 2003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주말 시리즈임에도 10일 KT전 관중은 5000명에도 미치지 못했고 11일 토요일 경기도 1만87명이 들어와 전국 5개 구장 중 최소 관객에 그쳤다.
결국 부상이 문제였다. 종아리 부상으로 전준우, 햄스트링 부상으로 정훈, 옆구리 부상으로 한동희가 연쇄적으로 자리를 비우며 타선의 무게감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들이 복귀하자 이학주가 무릎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됐고 한동희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주전급 선수들의 자리를 백업 선수들로 완벽하게 메우긴 어려운 일인 데다 정작 준주전급에서도 부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체선수들의 깜짝 활약에 기대야 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장기화돼 선수단 운용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튼 감독은 “주전이 이렇게 한꺼번에 다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운도 좋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미친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부상 전력의 복귀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지만 그렇다고 순위 싸움에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잇몸으로도 버티는 것이 강팀의 미덕, 황성빈 이호연 지시완 등 주전급 백업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5월 순위 경쟁에 갈 길이 바쁜 상위권 팀들에게 고춧가루를 뿌리며 중위권 도약을 넘보던 한화 역시 6월 들어 완전히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4할 승부에도 미치지 못한 채 20여일 만에 최하위로 뒤처졌다
터크먼 김인환 정은원 등이 분전하는 타선의 짜임새는 나쁘지 않다. 다만 외국인 투수 덕을 하나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토종 투수들의 부담이 컸고 선발은 물론 경기 막판 불펜진까지 흔들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한화 구단은 라이언 카펜터와 닉 킹험 둘 모두를 교체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먼저 계약한 예프리 라미레즈가 선발진에 합류해 중심을 잡아준다면 장민재 김범수 등이 고군분투한 마운드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이번 주말에는 계약금 10만 달러와 연봉 40만 달러, 총액 50만 달러에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펠릭스 페냐와 계약했다고 밝혔다. 2016년 시카고 컵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뒤 지난해까지 LA 에인절스에서 뛰었던 선수다. 구단은 페냐에 대해 “올해 트리플A에서 최고 시속 154km, 평균 시속 150km에 달하는 패스트볼을 구사했다”며 “포심과 투심의 구속 차가 거의 없고, 패스트볼 움직임이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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