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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배구연맹 “강주희 심판 판정 옳았다” 공인!

천사의 기쁨 2020. 11. 26. 01:22

김연경(왼쪽)의 모습. 연합뉴스
“이 사건의 주심은 국제배구연맹(FIVB) 사례집에 따라 충분히 올바른 결정(fully right decision)을 내렸다.”

FIVB 심판·규칙 위원회 위원장은 김연경 행위에 대한 강주희 심판의 판정을 “FIVB 규정에 따른 올바른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한국배구연맹(KOVO)는 FIVB 규정을 내세우며 ①심판에 제재금을 부과하고 ②총재 특별보좌역이 김연경 상벌위원회 개최 의견을 내고 ③각 구단에 ‘과격 행동 방지 공문’까지 보냈지만, 정작 FIVB의 판단은 달랐다. KOVO가 FIVB 규정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강 심판을 징계해 논란만 확대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기예르모 파레데스(아르헨티나) FIVB 심판·규칙 위원회 위원장은 24일(한국시간) 강 심판의 판정과 관련한 국민일보의 질의에 “이 상황은 FIVB 사례집 ‘6.5’에 의해 다뤄질 수 있다”며 “(이 경기) 주심은 공식 문서에 적힌 지시사항을 정확히(correctly) 적용했다”고 답변했다. 파레데스 위원장은 올림픽 심판만 3차례 수행할 만큼 국제무대에서 큰 경기를 담당했고, FIVB 심판 강사와 코치를 역임할 정도로 심판의 역할과 배구 규칙 해석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사다.

 

KOVO는 지난 11일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강 심판이 김연경에 제재를 가하지 않자 제재금을 부과했다. 그러면서 김연경의 행위에 ‘레드카드’나 ‘세트퇴장’을 줬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KOVO 관계자는 김연경의 행위에 대한 주심의 제재를 “로컬룰이 아닌 FIVB 규정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FIVB 사례집은 네트를 잡아당겨 실망감을 표출한 선수에 대한 제재를 심판의 재량 사항으로 기술하고 있다. 김연경의 행위가 다소 과격했다고 할지라도, KOVO 주장대로 심판이 ‘레드카드’나 ‘세트퇴장’을 꼭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국민일보 2020년 11월 19일자 ‘FIVB “랠리 종료 후 네트 잡아당긴 행위는 파울 아니다”’ 보도). 이와 관련해 KOVO는 “(네트를 잡아당긴) 정도의 차이”라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이어 한 매체는 불리한 단어를 누락하는 규정 해석 방식으로 ‘판정은 심판 재량’이란 본질적 논점을 흐렸다. 일각에서는 해당 논란과 관련해 규정으로 판단할 수 없어 상식을 기준 삼는, ‘회색지대’에 속한 문제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파레데스 위원장은 “경기 중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그런 경우들이 경기 전반의 상황(경기 환경·모멘텀·격렬함·공격의 심각성 등)에 대한 심판의 평가 기준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면서도 “이 경우 심판의 판정은 항상 우월(prevail)적 지위를 가져야 한다. 그렇기에 이 사건 주심은 FIVB 사례집에 따라 충분히,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KOVO는 지난 12일 회의에서 김연경의 행위를 제재하지 않은 판정이 틀렸다며 강 심판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이 회의를 주최한 조영호 특보는 김연경에 대한 상벌위원회 개최 의견을 냈다. 회의 뒤엔 흥국생명 뿐 아니라 모든 구단에 ‘과격 행위 방지 공문’이 발송됐다. 논란이 계속 되는 상황에서도 KOVO는 어떤 책임 있는 응답도 내놓지 않았다. “경기를 보시는 분들이 제 액션이 작아졌고 세리머니를 덜 한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김연경이 언급한 것처럼, 경기 중 팬들이 확인한 건 논란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감정 표현을 최대한 숨기는 선수들의 모습 뿐이었다.

FIVB 규정에 따랐다던 KOVO는 FIVB 규정 관련 최상위 기관의 답변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식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OVO 심판 관계자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FIVB 답변 내용을 듣고도 “답변 내용을 KOVO에 공문으로 보내보라”며 “우리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옳은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조 특보는 “고의로 네트를 흔들었을 경우엔 비신사적인 행위”라며 “주심에게 권한을 줬지만 주심이 권한 행사를 잘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주심이 판단한 것과 많은 배구 팬들이나 배구인들이 봤을 때의 판단 기준이 다 다를 수 있다”며 “제가 심판을 봤을 경우에도 굉장히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 안타까운 일인데, 앞으론 명쾌한 답이 나올 수 있도록 조언을 잘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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