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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집행검’ 들었다! KBO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천사의 기쁨 2020. 11. 25. 01:34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24일 서울 구로구 고척돔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가진 2020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대 2로 승리해 창단 첫 우승을 확정한 뒤 마운드로 모여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NC 다이노스가 창단 첫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올해 처음으로 선두에서 완주한 정규리그(KBO리그)와 더불어 가을야구까지 제패한 통합 우승이다. 이제 NC는 프로야구 39년사에서 한국시리즈를 정복한 9번째 팀이 됐다. 21세기에 창단한 구단 중 가장 빠르게 정상을 밟아 ‘신흥 왕조’의 탄생을 예고했다.

NC는 2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선발투수 드류 루친스키(32·미국)의 5이닝 무실점 호투와 2-0으로 앞선 6회말 2사 만루에서 터진 리드오프 박민우(27)의 2타점 적시타를 앞세워 두산 베어스를 4대 2로 제압했다. 7전 4선승제인 한국시리즈에서 최종 전적 4승 2패로 우승했다. 2011년 창단 이후 9년 만이자 2013년 제9구단으로 1군에 합류한 뒤 8번째 시즌에 달성한 쾌거.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2016년 준우승의 아쉬움을 4년 만에 씻어냈다. 당시 NC에 4전 전패의 수모를 안겼던 팀도 두산이다. NC는 이번 우승으로 설욕에 성공했다.

두산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한국시리즈 우승만 6차례 달성한 ‘명가’다. 그 이후로 지금은 해체된 옛 현대 유니콘스와 2000년 창단한 SK 와이번스까지 8개 팀만이 우승을 경험했다. NC는 키움 히어로즈, KT 위즈와 함께 21세기에 창단한 팀이다. 그중 가장 먼저 한국시리즈 정상에 도달했다.

NC는 이미 올 시즌 초반부터 독주를 펼쳤다. 정규리그(KBO리그) 개막 2주차인 5월 13일부터 선두를 단 한 번도 빼앗기지 않았다. 리그 완주 성적은 83승 55패 6무(승률 0.601). 2위 KT를 4.5경기 차이로 따돌렸다. 그렇게 처음으로 직행한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잡고 기선을 제압한 뒤 2~3차전에서 연패를 당해 흔들렸지만 4차전부터 내리 3연승을 질주해 두산의 저력을 잠재웠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NC의 입지는 달랐다. 2018년 NC의 순위는 10개 팀 중 최하위. ‘암흑기’로 보낸 그해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빠른 도약을 이뤄냈다. 당시 NC의 재건을 시작한 사령탑이 지금의 이동욱(46) 감독이다. 이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2003년까지 6년의 짧은 선수 생활로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지만 데이터 수집·분석 능력이 탁월했다. 숫자에만 의존하지 않고 선수의 심리 상태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인간미와 현장감을 접목해 ‘데이터 야구’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그렇게 사령탑 데뷔 두 시즌 만에 꼴찌를 챔피언으로 올려 세웠다.

두산에서 두 차례나 쌓은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지난해 입단한 NC로 전수한 주장 양의지(33), 올해 KBO리그에서 ‘토종 타자’ 최다인 34개의 홈런을 몰아친 창단 멤버 나성범(31)은 강력한 중심타선을 구축했다. 여기에 하위타선에서 유독 강한 힘을 발휘하는 ‘공포의 8번 타자’ 애런 알테어(29·독일)까지 맹타를 휘둘러 이 감독의 전략에 힘을 실었다. NC 육성체계의 상징인 구창모(23), 데뷔 2년차인 송명기(20) 같은 젊은 투수들의 빠른 성장도 우승을 견인한 동력으로 평가된다.

 

NC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그동안 대기업의 각축장으로 펼쳐진 프로야구에서 소프트웨어업체를 모기업으로 둔 구단 사상 최초이기도 하다. 양의지는 이날 우승 세리머니에 앞서 고척돔 마운드에 모인 동료들과 함께 모기업 NC소프트의 인기게임 아이템 ‘집행검’을 형상화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이색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NC 선수들은 유니폼을 우승 기념 티셔츠로 갈아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다시 돌아온 그라운드에서 1루 관중석 앞으로 가장 먼저 다가가 ’우리가 챔피언입니다’를 적은 현수막을 들고 팬들에게 인사했다. 이어진 우승 세리머니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1인당 1개씩 간격을 벌려 설치된 시상대에 각각 올라 의료진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엄지를 손바닥 위에 올렸다.

이로써 올해 프로야구는 유례없는 감염병 대유행 속에서 이어온 204일의 대장정을 끝냈다. KBO리그는 팀당 144경기를 모두 소화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포스트시즌 4개 시리즈도 중단 없이 완주했다. 경기장 개방 제한으로 시즌 관중 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에 이르지 못했다. 올해 관중 수는 KBO리그 720경기 총합 32만8317명, 포스트시즌 13경기에서 9만6082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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