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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 라이트 ‘현재 vs 미래’ 뜨거운 거포 대결!

천사의 기쁨 2020. 8. 24. 16:29

삼성화재를 떠나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은 라이트 박철우(왼쪽)가 23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국군체육부대(상무)와의 2020 제천·MB 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경기에 출전해 강력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상무의 라이트 허수봉(가운데)은 팀 최다 21득점을 올리며 기량을 보여줬지만 박철우와 이승준의 활약을 앞세운 한전의 파죽지세를 막지 못했다. 임동혁(오른쪽)은 2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KB손해보험전에서 16득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며 차기 시즌 V-리그에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한국 남자배구 라이트의 현재와 미래가 2020 제천·MB 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KOVO컵)에서 불을 뿜었다. 프로배구에서 라이트 자리는 외국인 선수들이 다수 출전해 상대적으로 국내 선수들의 선발 기회가 적은 포지션이다. KOVO컵에선 국내 라이트들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며 시즌 중 외국인 라이트 선수들과의 경쟁 구도를 뜨겁게 만들었다.

오랜 시간 남자배구 대표팀 라이트의 대들보로 활약해 온 박철우(35)는 23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국군체육부대(상무)의 KOVO컵 경기에 출전해 팀의 세트스코어 3대 1(25-22 25-21 20-25 25-22) 승리를 이끌었다. 10년여 동안 몸담았던 삼성화재의 유니폼이 아닌 한전의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서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박철우가 삼성화재를 떠나 ‘만년 꼴찌’ 한국전력으로 이적하면서 패배에 익숙한 한국전력의 분위기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기대가 많았다. 이날 경기에서 박철우는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박철우는 상황에 맞게 강타·연타를 적절히 섞은 공격으로 매 세트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고, 위기 상황엔 서브(에이스 2개)를 통해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이날 박철우는 15득점(성공률 44.44%)으로 이승준(21득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박철우가 이날 돋보였던 건 실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의 비중이 높은 한전에서 경기의 변곡점마다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득점을 올렸을 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포즈로 크게 포효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연속해서 득점을 허용했을 땐 선수들을 다독거리며 본인이 득점을 책임지려는 모습도 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장병철 감독은 “박철우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는 리더 역할을 해주면서 위기상황을 극복할 공격력도 갖추고 있어 저희 팀에선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고, 수훈선수 이승준은 “철우형이 팀웍이 안 풀릴 때 잡아줘서 안정감과 믿음이 생긴다”고 승리의 공을 돌렸다. 박철우와 같은 왼손잡이 라이트 이태호(20)도 이날 박철우 ‘멘토링’ 효과를 과시했다. 박철우가 휴식을 취한 3세트 중반 짧은 시간 코트에 나서 블로킹 1개 포함 2득점을 올리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상무의 라이트 포지션에도 국가대표 차세대 라이트로 손꼽히는 허수봉(22)이 출전해 박철우와 맞대결을 벌였다. 허수봉은 이미 국제대회에서 세대교체의 기수 역할을 도맡는 선수로 오는 11월 전역을 앞뒀다. 이날 2세트까지 세터와의 호흡 미스 탓에 8득점(41.18%)에 그쳤던 허수봉은 3세트부터 컨디션을 찾더니 결국 한전 이승준과 함께 양 팀 최다 득점(21득점·성공률 48.72%)을 올렸다. 큰 키(197㎝)에서 찍어 누르는 공격력이 눈에 띠었다.

전날엔 또 다른 대표팀 라이트 재목으로 꼽히는 대한항공의 임동혁(21)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안드레스 비예나(스페인)의 존재감에 지난 시즌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한 임동혁은 새로 부임한 로베르토 산틸리(이탈리아) 감독이 “올 시즌은 임동혁의 새로운 커리어가 열리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덕담할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이날도 임동혁은 비시즌 기간 키운 몸집에서 나오는 파워를 앞세워 자신의 고향 제천에서 KB손해보험을 상대로 양팀 통합 최다 득점(16득점)을 올렸다.

이틀 간 경기를 관전한 임도헌 남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박철우 컨디션이 좋아보였고, 임동혁도 공격 타점, 어려운 볼 처리하는 능력이 정말 좋아졌다”며 “수봉이는 아직 체육관 적응이 안 보였지만 계속 출전하며 나아질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엔 나경복(26·우리카드)까지 포함해 어린 선수들 위주로 라이트 라인업을 짤 텐데 대표팀 입장에선 이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잡고 성장하는 게 정말 다행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천=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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