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닮은꼴 정호영-권민지 “센터도 잘한다는 소리 듣고 싶어요!

천사의 기쁨 2020. 9. 4. 10:52

동갑내기’ 프로 2년차 정호영(19·KGC인삼공사)과 권민지(19·GS칼텍스)가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여자부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 시즌 백업으로 주로 뛰었던 레프트 자리가 아닌 센터 포지션에서다.

정호영은 지난 2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조별리그 순위결정전에서 블로킹 4득점, 서브 1득점 포함 16득점을 올리며 세트스코어 3대 1 승리를 이끌었다. 팀 내 최다득점에 공격 성공률이 68.75%에 달했을 정도. 권민지도 같은 날 경기에서 블로킹 6득점 포함 11득점을 올리며 현대건설을 ‘높이’(블로킹 16-9)로 누르는 데 선봉장 역할을 했다.

지난 시즌 신인 선수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된 정호영은 고교 시절부터 ‘제2의 김연경’으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공·수 모두를 책임져야하는 레프트 자리에서 기대만큼 꽃피지 못했다. 지난 시즌 20경기 20득점(성공률 28.13%), 리시브 효율 2.33%, 세트당 블로킹 0.053개의 저조한 기록을 남긴 정호영에 팬들의 비난도 컸다.

정호영은 휴가가 끝난 뒤 이영택 감독과의 미팅에서 “센터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연경’이란 수식어보단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옷을 입는 길을 택한 것. 센터 포지션은 큰 키(190㎝)와 높은 타점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리고 맞은 KOVO컵에서 정호영은 2경기(6세트) 28득점(공격 성공률 60%) 세트당 블로킹 1.167개로 벌써 지난 시즌 자신을 넘어섰다. 완전히 자신감을 찾은 표정으로 ‘제2의 양효진’ 같은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정호영은 “지난해엔 못하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느낌이었고, 큰 기대에 부담도 컸다”며 “잘 맞는 센터 자리에서 ‘연습했던 것만 다 하자’는 생각으로 하니 ‘제 2의 누구’란 수식어를 떠나 제가 항상 해왔던 스타일이 경기에서 나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는 드래프트 3순위 권민지도 마찬가지다. 권민지는 지난 시즌 주전 레프트 이소영 등의 부상 이탈로 기회를 부여받으며 시즌 중반엔 신인왕 후보로도 거론됐다. 하지만 주전 복귀 후 기회가 적어지며 자연스레 신인왕도 멀어졌다. 지난해 기록은 20경기 81득점(공격 성공률 35.90%) 리시브 효율 12.66% 블로킹 세트당 0.246개.

하지만 주로 센터로 투입된 이번 KOVO컵에서 권민지는 3경기(9세트) 22득점 블로킹 세트당 1.111개로 확연히 발전한 모습이다. 178㎝의 키지만 점프력과 파워를 갖추고 있는 데다 중요한 상황에 득점을 해내는 강한 멘털도 돋보인다. 권민지가 “상대방이 잘 때리는 코스를 생각해 손모양에 신경 썼다”는 블로킹은 외인 러츠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득점이 많을 정도로 GS칼텍스에 큰 힘을 주고 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민지는 올 시즌 상황에 따라 센터-라이트 포지션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아직 기본기와 스윙속도가 약하지만 어린 선수답게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 이렇게만 해주면 감독으로서 굉장히 고맙다”고 칭찬했다.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4일 KOVO컵 준결승전에서 맞붙는다. 결승에선 지난 시즌 신인왕 2파전을 벌인 박현주(19·흥국생명)와 이다현(19·현대건설) 중 한 명을 마주친다. 준결승-결승 무대는 출전 기회가 적어 이번 대회에서 이렇다 할 활약이 없는 두 동기 앞에서 정호영·권민지가 기량을 보여줄 기회다.

정호영은 “지난해엔 다른 동기들이 부러웠지만 올해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게임을 뛰면서 배구가 더 느는 느낌이 들어 남은 경기도 자신 있게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시즌이 시작되면 ‘쟤가 센터로 변해도 어색함 없이 잘하는 구나’란 소리를 듣고 싶다”고 2년차 목표를 밝혔다. 권민지도 “(신인왕을 받지 못해) 아쉬움은 있었지만 제 자신이 팀에 더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며 “올 시즌엔 잠깐 투입되더라도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고, 우승을 목표로 삼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bod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