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소식

멕시코 빈민촌에 식량·마스크… 복음 씨앗 뿌린다!

천사의 기쁨 2020. 9. 10. 11:21

지난 4월 교사와 학부모들이 CDP센터에서 주민들에게 전달할 마스크를 제작하는 모습. 민주식 기대봉사단

 

아이들이 쉽게 마약 매매의 늪에 빠지고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 곳이죠. 코로나19 때문에 이 땅의 어둠은 더 짙어졌습니다.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게 붙들어 줬던 하나님의 처소가 멕시코를 환하게 밝힐 수 있게 기도해 주세요. 경기도 고양의 한 장기임대아파트에서 8일 만난 민주식(65) 선교사는 분주하게 화상회의를 준비하며 기도제목을 전했다. 지난 6월 선교사 연장교육을 위해 입국한 그에게 이 공간은 멕시코 쿠나마야 지역 아동개발사업(CDP)센터 사역을 총괄 지휘하는 온라인 본부다.

민 선교사는 “테이블 위에 노트북 하나뿐인 단출한 구성이지만 CDP센터 교사, 학부모와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사역을 이어가기엔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몸은 떨어져 있지만 지금이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사역을 꼼꼼하게 준비하게 하려고 하나님이 예비하신 시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CDP센터가 위치한 쿠나마야 지역은 멕시코 동부 칸쿤 국제공항에서 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빈민가다. 어린이 교육선교를 위해 2003년 이곳에 도착한 민 선교사는 2011년부터 기아대책(회장 유원식)과 협력하며 기대봉사단(기아대책이 파송하는 전문인 선교사)으로 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된 멕시코는 누적 사망자가 6만8484명(9일 기준)이다. 사망자 수로는 미국 브라질 인도에 이어 네 번째지만 확진자 사망률은 10.6%에 달해 앞선 세 나라(1.7~3.1%)보다 월등히 높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장한 마약 밀매조직이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며 경제와 보건, 치안이 모두 무너졌다 악화일로 속에서 정부 지원이 닿지 않는 빈민가를 지킨 건 CDP센터였다. 당장 배곯는 주민들부터 챙겨야 했다. 민 선교사는 긴급히 마련한 식량을 센터 인근 10개 교회에 배분해 지역 내 480가정에 배급하게 했다. 센터 1층 사무실은 마스크 공장으로 변했다. 센터에서 재봉 기술을 익힌 교사와 학부모들이 모여 직접 마스크를 제작하고 역시 교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민 선교사는 “지역 내 코로나19 감염 현황, 감염예방법, 이상 징후 발견 시 조치법 등을 문자 메시지에 담아 주민들에게 수시로 보내고, 교사들이 마을을 돌며 ‘마스크를 꼭 착용하자’는 캠페인을 벌인 게 감염 확산을 막는 데 주효했다”고 말했다. 실업대란으로 지역 경제가 무너져 강도 약탈이 급증할 땐 학부모 리더들로 구성된 방범위원회가 든든한 방패가 됐다. 동네 곳곳에 ‘우리 마을은 우리 주민이 지킨다’는 플래카드를 달고 주요 거점엔 사이렌을 설치했다.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마을 전체에 경보음을 울리고 주민들이 함께 나와 대응했다. 주민들 스스로 몇 차례 도둑을 몰아내며 마을엔 평화가 찾아왔고, 주민들 사이엔 전에 없던 자긍심과 신뢰가 생겼다.

민 선교사는 테이블 위에 걸어 둔 센터 어린이들 사진을 보여주며 “오는 11월 다시 멕시코로 돌아가면 하나님이 예비하신 또 다른 선교의 씨앗을 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고양=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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