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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고 장구친 韓 선수들…고진영 ‘상금왕’·김세영 ‘올해의 선수!

천사의 기쁨 2020. 12. 22. 00:25

트로피에 입 맞추는 고진영. AFP연합뉴스
“제가 계획을 세워 실행했지만 그 계획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라 믿고 있어, 신기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지난달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해 겨우 4개 대회에만 모습을 드러낸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이 2년 연속 상금왕의 영광을 안고 환히 웃었다. LPGA 투어 2020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300만 달러)에서 본인도 예상치 못했던 우승을 차지하면서다. 준우승한 김세영(27)까지 투어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면서, 올해 LPGA 투어도 한국 선수들이 북도 장구도 다 친 한 시즌이 됐다.

고진영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655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적어낸 고진영은 공동 2위 김세영과 해나 그린(호주)을 5타 차로 따돌리고 투어 통산 7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으로 110만 달러(약 12억원)를 챙긴 고진영은 시즌 상금을 166만7925달러까지 늘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상금왕이 됐다. 상금왕 2연패는 2012, 2013년 박인비(32) 이후 7년 만의 대기록이다. 또 통산 상금을 560만834달러로 늘려 LPGA 투어 통산 71번째로 상금 500만 달러를 넘긴 선수가 됐다. 한 해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레이스 투 더 CME 글로브’에서도, 고진영은 챔피언으로 선정됐다.

고진영이 ‘레이스 투 더 CME 글로브’ 상위 70명만 출전할 수 있는 이 대회에 나온 것부터가 극적이었다. 코로나19 탓에 지난달부터 투어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랭킹 1위는 달랐다. 첫 대회였던 펠리컨 챔피언십 공동 34위로 시작한 고진영은 이달 초 VOA 클래식에서 5위를 차지했다. 최종전에 나오기 위해선 지난주 US여자오픈에서 4위 이상의 성적을 내야했던 상황. 고진영은 공동 2위를 거뒀고, 결국 최종전에서 우승 트로피와 상금왕의 영예를 모두 안았다.

3라운드까지 고진영을 1타 앞선 단독 선두를 달리던 김세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다만 올해의 선수 포인트 12점을 추가해 이 대회 전까지 1위를 달리던 박인비(32)를 제치고 생애 첫 올해의 선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김세영은 경기 뒤 “(수상이) 무척 자랑스럽다”며 “여전히 배울 점이 더 있지만, 올해 이루고 싶었던 것은 충분히 이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세영과 선의의 경쟁을 벌인 고진영도 “3일 동안 (친한) 세영 언니랑 치면서 우승 경쟁하는 게 쉬운 마음이 아니었다”면서 “언니보다 제가 조금 더 잘했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때문에 힘든 상황인데, 많은 한국 분들이 제 우승으로 코로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2020시즌도 한국 선수들의 한 해가 됐다. 올해 LPGA 투어는 코로나19 탓에 예정됐던 33개 대회 중 18개 대회만 치러졌는데, 한국은 7승을 합작해 6승의 미국을 제치고 시즌 최다승 국가가 됐다. 2015년부터 6년 연속의 대기록이다.

특히 올해 열린 3개 메이저 대회는 한국 선수들이 ‘싹쓸이’했다. 이미림(30)이 9월 ANA 인스피레이션, 김세영이 10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퀸의 영광을 안았고, 이달 US여자오픈에선 비회원으로 출전한 김아림(25)이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달 펠리컨 챔피언십까지 우승하며 시즌 2승을 달성한 김세영 외에도 박희영(33·2월 빅오픈), 박인비(호주여자오픈)에 이어 고진영까지 승수를 챙겼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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