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산책길!/(詩;김설하)*♡ 가로등 하나둘 꺼지고 검었던 대기에서 윤곽 드러낸 경사진 언덕배기 무리진 아파트 담벼락 사이로 붉은 기운이 솟기 시작했습니다 문밖에서 울던 바람 옷속으로 스며드는 산책길 서리 맞아 웅크린 마른 풀잎위 따뜻한 햇살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눈치 없는 바람 설핏 지나면 마른 기지개 펴는 이파리에서 햇살 묻은 달콤한 노래가 들립니다 밤새 추위에 옹송그렸던 나무 밑동이 이제 막 문안 온 햇살과 두러대는 숲 대지의 숨소리 쿵쿵 가슴으로 달겨들어 발걸음 옮길 때마다 심장의 고동소리가 됩니다 숲이 깨어나고 세상이 시끌벅적해지는 시간 겨울새 날갯짓에 평온한 하루를 예감하며 돌아오는 길 수화기를 들면 당신 목소리가 들릴 것 같은 오도카니 서있는 붉은 빛 공중전화박스 내 가슴은 온통 당신으로 채워져 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 넣으며 웃습니다 밤을 지새운 자판기를 지나치면서 당신과 마주앉아 따뜻한 모닝커피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내 사랑이 녹아 당신 가슴에 흐르는 달큰한 커피를 끓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