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프로야구 OB모임인 일구회가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에 대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직무정지 2개월 제재에 대해 지지를 표했다. 키움이 제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황에서 야구계 원로들의 목소리가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일구회는 29일 성명을 내고 “KBO 상벌위원회가 허 의장에게 부과한 직무정지 2개월 제재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며 “다시는 KBO리그를 ‘야구 놀이터’로 삼지 않기를 키움과 허 의장에게 강력하게 경고한다. 이를 계기로 키움이 더 이상 KBO리그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KBO는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를 마친 뒤 “선수들과 캐치볼·배팅 연습 등의 구단 공식 훈련 밖의 행위로 논란을 일으킨 허 의장에 대해 이사회 의장 신분에서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처신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KBO리그의 가치를 훼손한 점이 품위손상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며 야구규약 제151조 및 부칙 제1조에 의거해 직무정지 2개월을 부과했다. 허 의장의 ‘구단 사유화’ 의혹이 프로야구 KBO리그에 대한 품위를 손상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키움은 ‘팬 사찰’ 의혹도 받고 있다. 허 의장이 지난해 6월 경기도 고양 야구국가대표훈련장에서 훈련과는 별도로 2군 선수와 캐치볼한 장면이 한 팬의 영상으로 외부에 알려지자 구단 CCTV를 열람해 제보자를 색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KBO는 이와 관련해 키움의 김치현 단장에게 엄중경고 조치를 내렸다.
오는 31일이면 임기가 만료되는 정운찬 KBO 총재는 “키움이 팬을 최우선으로 둬야 하는 프로스포츠 의무를 저버렸고, 구단과 선수 간 기본적인 신뢰를 무너뜨리는 등 리그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키움은 이날 오전 9시쯤 입장문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사회 의장의 투구(2군 선수와 캐치볼) 등 행위에 대한 KBO 징계를 사법기관에서 판단을 받기로 결정했다”며 “향후 진행되는 과정 및 결과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반박했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허 의장에 대한 KBO의 제재를 놓고 법적 자문을 구할 계획”이라며 “자문 결과에 따라 법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구회 성명은 이로부터 2시간 뒤인 오전 11시쯤 나왔다. 일구회는 “흥행을 기반으로 한 프로 스포츠는 팬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도 키움은 팬을 색출하고 선수에게 팬의 의도 등을 알아보게끔 해 선수와 팬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여기에 야구놀이에 선수들을 동원하는 ‘갑질’을 저지르는 등 선수 권익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키움이 ‘허 의장을 징계하면 법적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프로야구의 존재 기반인 팬은 물론이고 중요 구성원인 선수에게 부당한 행위를 했음에도 그 잘못을 사죄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다”며 “키움과 관련한 문제에서 이제까지 ‘갓중경고’(엄중경고 조치를 비판하는 야구팬들의 표현)라는 솜방망이 처벌만 내리던 KBO가 강력하게 대처한 데는 이유가 있다. 팬들의 사랑 속에 구단과 선수단,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발전해 온 KBO리그의 가치가 더 이상 훼손돼서는 곤란하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구회는 “키움, 혹은 허 의장이 실제로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때는 일구회는 물론이고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이 KBO와 함께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소송전은 곧 야구계와 팬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올 수 있음을 키움과 허 의장은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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