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인턴기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연탄이 실린 리어카를 끌고 밀면서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 서울연탄은행 제공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노원구 백사마을. 이곳엔 폐타이어와 파란 천막을 머리에 이고 있는 주택이 우후죽순 늘어서 있었다. 유리창이 깨지거나 문이 뜯어져 내부가 훤히 보이는 폐가도 눈에 띄었다.
폐가 틈바구니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집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희뿌연 연탄 연기가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음을 알려줬다. 유례없는 한파와 함께 불어닥친 ‘난방비 폭탄’ 사태는 이들을 더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상황이다. 가스나 기름 대신 연탄을 떼야 하는 백사마을 주민의 시름을 덜어줄 대안은 연탄은행 후원이 그나마 현실적이다.
지난달 31일 국민일보 인턴기자 6명은 연탄배달 봉사를 위해 백사마을을 찾았다. 이들 중엔 이날 연탄을 처음 만져본 이도 있었다. 파란색 앞치마를 두르고, 위생장갑 위에 목장갑을 착용한 뒤 연탄 가루가 묻은 검은 팔토시도 꼈다. 연탄 창고 문이 열리자 수천 장의 연탄이 눈에 들어왔다.
봉사에 앞서 위현진 서울연탄은행 간사는 오리엔테이션에서 “연탄 봉사는 회당 평균 30명 정도가 참여하고, 연탄 3000장을 나른다”고 설명했다. 인턴 봉사자들이 짊어진 연탄은 1인당 100장. 연탄 한 장이 3.65㎏이니 혼자 하루 동안 맨몸으로 365㎏을 실어나른 셈이다. 백사마을에 평지는 없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서 연탄을 떨어트리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허벅지에 힘을 꽉 줬다. 연탄을 실어나른 4명은 2시간가량 다리에 힘을 풀 수 없었다.
수레에 183㎏에 달하는 연탄 50장을 싣고 가파른 언덕을 올랐다. 저 멀리서 연탄을 기다리던 한 어르신은 집 앞에 연탄이 도착하자 “학생들 고마워. 우리 때문에 고생이 많아”라고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2시간가량의 봉사를 마친 인턴 봉사자들의 얼굴과 손톱 사이에는 연탄 가루가 끼어 있었고, 기침할 때와 코를 풀 때는 검은 가루가 섞여나오기도 했다.
백사마을은 재개발 문제로 수년째 진통을 앓고 있다. 심지어 이곳에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대부분의 주민은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백사마을은 100여 가구가 연탄을 사용한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동절기 연탄 후원은 25만장에 불과했다. 2021년(47만장)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위 간사는 “연탄 1장 가격은 800원이지만 어르신들이 직접 구매하려면 장당 100~150원의 배달료가 발생한다”며 “어르신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겨울에는 가구당 최소 1000~1400장의 연탄이 필요하다”면서 “후원자와 봉사자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유경진 기자, 이현성 조승현 황수민 인턴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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