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소식

이재민 “모포·임시 숙소 급해” 절규… 교계, 구호사역·모금 박차!

천사의 기쁨 2023. 2. 9. 09:55

튀르키예 남부 지역 오스마니예 주민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지진을 피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집이 무너진 탓에 다들 머물 곳이 없어요. 차에서 지내는 사람도 많아요. 첫날은 너무 춥고 배가 고팠어요. 음식을 구할 수 없어 온종일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거든요.”

박희정(44·여) 선교사는 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튀르키예 지진 피해 상황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 선교사는 남편 장성호(47) 선교사와 튀르키예 동남부 안타키아에 있는 안디옥개신교회를 섬기고 있다. 이 교회는 지난 6일(현지시간) 발생한 강진으로 처참히 무너진 상태다. 그는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돼버린 현지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설명했다. 바로 옷과 음식, 보금자리였다.

의식주’를 앗아간 지진

박 선교사는 지진이 발생한 새벽에 가족들과 함께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남편과 함께 섬기던 안디옥개신교회는 완전히 붕괴돼 있었다. 박 선교사와 그의 가족들은 교회 인근 호텔 로비에 있다가 여진이 느껴지면 호텔 밖으로 뛰쳐나가길 반복했다.“잠옷 차림으로 피신한 사람이 많아요. 체온을 관리할 수 있는 옷이나 모포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음식도 문제예요. 튀르키예 정부에서는 지진 피해 지역에 식료품을 전달했다고 하는데 현장에서는 그걸 체감하기 힘들거든요. 이재민들에겐 임시로 묵을 숙소도 필요해요.”

박 선교사 부부가 섬기는 안디옥개신교회는 광림교회(김정석 목사)가 현지에 있던 은행 건물을 매입해 2000년 6월에 봉헌한 교회다. 건물은 지어진 지 10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광림교회가 이 교회에 박 선교사 부부를 파송한 것은 2007년 2월이었다. 이들은 자녀 3명(1남 2녀)과 함께 이곳에 보금자리를 만들었고 그간 현지인들을 상대로 복음을 전했다. 지난해 9월에는 박 선교사의 부모도 튀르키예로 왔다. 현재 안디옥개신교회 출석 성도는 30~40명 정도다.

“부모님은 저희를 도와주려고 튀르키예로 오셨어요. 아이들은 지진으로 큰 충격을 받진 않았지만 어머니께서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요. 지진이 나고 첫날은 아예 씻을 수가 없었는데 어머니께서 그때 눈물을 보이시더군요. 빨리 부모님을 한국으로 보내드리고 싶어요.”

박 선교사 부부는 지진 발생 당일 오전에 안타키아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거리에 있는 메르신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부부는 김정석 감독을 비롯해 광림교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광림교회는 지난 6일 안타키아에서 6·25 전쟁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튀르키예 참전용사 위로 행사를 열 예정이었다. 김 감독은 박 선교사 부부에게 안타키아 주민들과 교인들을 위해 써 달라며 긴급 지원금 2만 달러를 전달했다. 광림교회는 추후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할 예정이다. 박 선교사 부부의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도 박 선교사 부부에게 긴급 구호금 3만 달러를 지급했다.

 

교계, 이재민·유족 보듬기 나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관계자들이 지난 7일 서울 노원구 봉사단 본부에서 튀르키예로 향할 구호품을 포장하고 있는 모습.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제공

튀르키예한인사역자연합회가 지난 6일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현지교회연합체인 텍(TEK)과 연합해 피해 지역과 교회 등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파악해 지원할 계획이다. 후원 계좌도 개설했다. 비대위 소속 A선교사는 “현지에서 허락받은 일부 한국인 선교사들만 구호 활동을 시작했다”며 “낮에는 피해 지역에서 구호 활동을 하고, 저녁에는 메르신 등 지진 피해가 덜한 지역에서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교계도 튀르키예와 시리아 등지의 이재민과 희생자 유족을 섬기기 위한 사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9일부터 국민일보와 함께 지진 피해 이재민을 위한 성금 모금 캠페인을 벌인다.

교계 연합기관이나 교단들도 피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구호 활동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기독교사회봉사위원회 및 총무단과 활동 방안을 논의 중이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총회장 명의의 위로 서신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독교한국침례회도 모금 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했으며 총회장 명의의 성명도 낼 계획이다.

박지훈 장창일 김아영 박용미 기자 lucidfall@kmib.co.kr

bod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