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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흔드는 로컬룰 논란…“도입시 신중 기해야!

천사의 기쁨 2021. 1. 28. 00:24

항의하는 김연경. 연합뉴스
26일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4라운드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 김연경은 3세트 도중 상대 블로커 손에 ‘밀어서’ 아웃시키는 방식의 공격을 성공시켰다. 그런데 비디오판독(VAR) 시행 결과 마지막에 볼을 터치한 건 김연경이었고, 심판이 공격자 터치아웃을 선언해 득점은 GS칼텍스의 것으로 바뀌었다. 김연경은 “이게 왜 반칙이냐”고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항의하다 옐로카드를 받았다.

VAR이 2006-2007 시즌 도입된 한국배구연맹(KOVO)보다 뒤늦게 VAR을 활용하고 있는 국제배구연맹(FIVB)이나 해외 여타 리그에선 해당 상황을 공격자 득점으로 인정한다. 육안으로는 찰나의 순간 누구 손에 맞고 나갔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어 VAR보다 심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KOVO 로컬룰은 VAR을 최대한 활용해 같은 상황에서 득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국제룰과 로컬룰의 대립이 선수와 심판의 갈등을 야기한 것이다. 김연경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국제대회나 다른 리그에서는 분명 공격수 득점이 맞아서 어필했다”며 “시합 끝나고 로컬룰이 있다고 뒤늦게 들었는데 아직도 기준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소신 발언했다.

같은날 오후 KOVO 대회의실. 지난해 말 새로 부임한 김건태 KOVO 경기운영본부장은 이례적으로 ‘포지션 폴트 규칙 설명회’를 개최했다. 24일 우리카드-한국전력 경기 한국전력이 ‘포지션 폴트’를 범했는지 여부가 문제돼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항의하다 경고를 받았고, 패배한 우리카드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서 이에 대한 피드백을 하기 위해서다.

김 본부장은 설명회에서 논란이 된 4번의 상황 중 1세트 13-13, 8-8, 8-9 상황에서 한국전력의 포지션 폴트를 선언하지 않은 게 모두 오심이었음을 인정했다. 김 본부장은 “2018-2019시즌 생긴 로컬룰에 따르면 3개 판정 모두 오심이다. 그런데 FIVB 룰에 따르면 오심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배구에선 서브를 받는 팀 선수들이 상대 팀 서브 순간 전까진 자신의 위치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서브 순간’을 어느 때로 볼 것인지에 대해 국제룰과 로컬룰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 FIVB는 서버가 ‘공을 때리는 순간’ 이전엔 서브 받는 팀 선수들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지켜야 한다고 보는 반면, KOVO 로컬룰은 ‘서버가 공을 올리는 순간’ 경기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 공을 올린 뒤라면 공을 때리기 전에도 포지션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KOVO가 이런 로컬룰을 만든 이유는 국제룰처럼 포지션 폴트를 엄격하게 볼 경우 수비 팀이 리시브에 대비할 시간이 적어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리시브 팀 세터가 후위에 있을 경우 전위로 자리를 옮겨 세트할 시간도 없다. 좀 더 유연한 경기 진행을 위해 선의로 도입된 로컬룰이지만, 결과론적으로 논란을 발생시켰다. 한 경기에 여러 번 같은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심판이 로컬룰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오심을 했을 정도로, 경기 자체의 권위가 실추 된 것이다.



이런 ‘로컬룰’ 논란은 계속해서 프로배구를 흔들고 있다. 지난 11월 김연경이 네트를 잡아당긴 행위도 FIVB 규정상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KOVO가 심판에 징계를 내리면서도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나중에 로컬룰이 존재했단 식으로 해당 사안을 마무리 지으면서 심판-선수와의 갈등을 증폭시켰다. 올 시즌 직전 도입된 볼핸들링·더블컨택·캐치볼 판정 기준 완화에 대한 로컬룰도 판단 기준이 애매모호해 프로배구 주체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일련의 논란들은 로컬룰 자체의 권위도 하락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규칙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숙의 없이 짧은 합의 뒤 룰이 추가되는 경우가 빈번해 이런 논란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로컬룰 도입시 신중을 기한 뒤, 적어도 이를 명문화해 모든 주체가 정확히 이해하고 존중하며 경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김 본부장은 “로컬룰은 FIVB 규칙보다 우선 적용되는 것이기에 논의와 숙고를 거듭한 뒤 ‘명문화’ 돼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렇게 되지 못했다”며 “배구의 근본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특별한 게 아니면 모법인 FIVB 룰을 따라가는 게 필요하고, 로컬룰이 만들어지면 모두가 완전히 다 이해하고 정보 공유가 되는 상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KOVO는 올 시즌이 끝난 뒤 로컬룰을 전면 재검토 한단 계획이다.

인천=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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