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소식

산불로 불탔던 속초농아인교회 다시 섰습니다!

천사의 기쁨 2020. 11. 6. 08:36

예배당에 마이크와 스피커가 없다. 오르간도 피아노도 없다. 찬송과 기도는 입으로 소리를 내는 대신 두 팔과 두 손을 바삐 움직여야 한다. ‘아멘’은 두 손을 깍지 낀 채로 고개를 푹 숙이며 표현한다. 소리 없는 청각장애인들의 찬양으로 회복의 감격이 울려 퍼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신정호 목사)은 5일 강원도 속초 수복로 속초농아인교회(최만석 목사)에서 새 성전 입당 감사예배를 드렸다. 지난해 4월 고성과 속초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에 속초농아인교회가 2층에 세 들어 있던 영동극동방송 사옥이 전소됐다. 십자가도 챙기지 못하고 빠져나온 전도사와 농아인 성도 10여명은 폐허로 변해버린 잿더미에서 눈물로 기도했다. ‘주여 우리를 회복하게 하소서.’(국민일보 1월 9일자 31면 참조)

전국 교회와 노회의 기도와 헌신이 모였다. 예장통합 총회는 강원도 산불 피해 지역을 위한 기도회를 열고 속초농아인교회 새 성전을 위한 부지 매입을 결정했다. 장애인 사역을 전공한 최만석 목사가 새로 속초농아인교회에 청빙됐다. 속초농아인교회의 모(母)교회인 속초중앙교회(강석훈 목사)는 교회 공간을 내주며 재건 때까지 수요예배와 주일예배를 드리는 데 불편이 없도록 도왔다. 속초농아인교회는 눈물과 한숨의 상처가 난 지 1년 반 만에 장애인 비장애인 통합 목회를 꿈꾸는 곳으로 거듭났다. 2층 예배당을 비롯해 북카페 세미나실 게스트룸 등이 차차 들어설 예정이다.

농아인 성도 8명은 이날 예배에서 특송으로 감사를 표했다. 수화로 CCM ‘이런 교회가 되게 하소서’를 찬양했다. 흰옷을 차려입은 고령의 성도들 손마디는 평생 일감을 놓지 않은 이들이 그렇듯 굵고도 거칠었다. 그 거친 손으로 이들은 침묵의 수화 찬양을 드렸다.

‘진정한 예배가 숨 쉬는 교회/ 주님이 주인 되시는 교회/ 믿음의 기도가 쌓이는 교회/ 최고의 찬양을 드리는 교회… 우리 교회가 이런 교회 되게 하소서.’

신정호 총회장은 성전을 건축한 솔로몬왕 이야기를 본문으로 ‘구별된 성전’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다. 신 총회장은 “저도 30년 전 개척 직후 화재로 절망했지만, 여러 도움을 받은 뒤 나중에 알게 됐다. 하나님, 이렇게 하시려고 그렇게 하셨군요”라고 전했다. 강원동노회장 유재석 목사는 “전화위복의 말씀을 실감한다”면서 “농아인교회가 속초지역 언어·청각 장애인을 위한 등대가 돼 섬기고 품는 교회가 되길 소원한다”고 말했다.

입당예배 마지막엔 속초농아인교회 최 목사의 부인 종은숙 전도사가 소개됐다. 최 목사는 비장애인이지만, 종 전도사는 청각장애인이다. 종 전도사는 “신학교 졸업반 때 장애인 튜터로 온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함께 사역하게 됐다”면서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 등 다른 불편한 이들에게도 열린 교회가 되겠다”고 말했다.

속초=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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