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닐곱명의 청년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선물 포장에 여념이 없다.다소 서툴지만 포장지를 접는 손길에 정성이 보였다.이들이 포장하는 물품은 오는 성탄절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선물로 전달될 장갑이다.한 청년에게 봉사에 참여한 기분이 어떻냐고 묻자 뜸을 들이더니 한마디를 던졌다.잘 모르겠어요.이날 모인 이들은 집 문을 열고 나서기조차 큰 용기가 필요한 고립은둔청년들이다.
경기도 군포 한무리교회(백광흠 목사)가 섬기는 고립은둔청년들이 22일 자원봉사를 위해 교회에 모였다.온다고 약속했던 청년 중 3명은 당일 연락이 두절됐다.백광흠 목사는 우리에겐 익숙한 일이라며 만나기로 약속한 날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웃었다.
백 목사는 선물과 포장 용품을 구매하러 가게에 가고 여럿이 모여 포장하는 것 자체가 청년들을 사회로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며 거기에 소외 이웃을 돕는다는 의미까지 더해지니 이들이 용기를 내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취지에 공감한 기자도 함께 포장을 돕기로 했다.
장갑을 토끼 모양 포장지에 넣고 두 귀를 묶으면 완성되는 단순 업무였다.토끼 귀를 쫑긋하게 세워야 모양이 예뻐졌다.자원봉사자들은 청년들을 독려하기 위해 분위기를 띄웠다.기자도 계속 말을 걸다 보니 청년들은 대답도 빨라지고 조금씩 미소도 보였다.포장을 너무 잘했다고 하자 예쁘진 않은데 열심히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이윤성(가명) 청년은 연말이라 동생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아서 참여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이씨는 백 목사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본인의 의지로 6개월 전부터 아르바이트까지 시작했다고 한다.인근 지샘병원에서 어르신들을 부축해 이동을 돕는 일이다.이씨는 어르신들이 수고한다고 음료수도 주고 집에 와서 밥도 먹고 가라고 하신다면서 아직 사람들과 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데 어르신들이 기뻐하시고 선한 일을 하는 거라 생각해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물 포장을 마친 후에는 자전거로 만든 썰매를 꾸미는 작업이 이어졌다.한 사람이 자전거에 전구를 감으면 다른 사람이 케이블타이로 전구를 고정했다. 청년들이 이 자전거 썰매를 타고 선물을 나눠줄 예정이다.완성된 자전거 썰매를 타본 윤다슬(가명)씨는 선물 받을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며 빨리 갖다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무리교회는 5년 전부터 고립은둔청년에 대한 마음을 품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최근에는 함께하는교회(유병욱 목사)와도 협력을 시작했다.청년들과 소통하고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안부 레터를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전화 소통과 식사 등 조금씩 만남의 폭을 넓히다가 교회가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까지 사랑과 인내가 필요한 사역이다.
백 목사는 고립은둔청년 사역은 공동체를 만들어줘야 하는 일이라며 따뜻한 공동체가 있는 교회야말로 이 사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시작했다고 말했다.한무리교회와 함께하는교회의 목표는 이 청년들에게 친절한 이웃이 돼주는 것이다.
우리도 가끔 혼자 있고 싶고 잠수를 타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이 청년들도 그 시기를 겪고 있는 겁니다.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우리는 너의 편’이라는 것을 알려주면 반드시 이들은 변화됩니다.그때를 기대하며 항상 그들 옆에 서 있을 겁니다.;
군포=글 사진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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