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림이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러스크리크코스에서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열린 제75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김아림은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이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와 5타 차이로 벌어진 간격을 추월해 사상 최다 역전 스코어 타이기록을 쓰고 정상을 밟는 기쁨을 누렸다. AP뉴시스
한국의 장타 여왕’ 김아림(25)이 처음으로 출전한 미국 메이저 골프대회 US여자오픈을 정복했다. 기존 선두 시부노 히나코(32·일본)와 무려 5타 차이를 추월한 대역전극을 펼치고 한국의 2연패와 통산 11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5)은 준우승했다.
김아림(25)은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러스크리크코스(파71·6731야드)에서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열린 제75회 US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로 3언더파 281타로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거머쥐었다. 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5년, US여자오픈 10년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김아림의 앞선 우승 이력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2승이 전부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역 예선을 진행하지 못한 주관 단체 미국골프협회(USGA)가 US여자오픈 출전 자격을 확대하면서 김아림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그렇게 처음으로 출전한 여자골프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를 역전 우승으로 정복하는 성공담을 썼다.
한국 선수의 US여자오픈 우승은 지난해 이정은(24)에 이어 2년 연속인 동시에 통산 11번째다. 그중 박인비(32)는 유일하게 두 차례 우승을 달성했다. 김아림은 US여자오픈을 정복한 10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US여자오픈은 폭우와 낙뢰로 전날 예정됐던 최종 4라운드를 하루 순연하는 곡절을 겪었다. 김아림은 시부노에게 5타 뒤처진 공동 9위에서 4라운드를 출발했다. 악천후에 미뤄진 일정, 결코 좁지 않은 선두와 간격을 감안하면 김아림은 우승권 주자로 보기 어려웠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평균 비거리 259.52야드로 장타 부문 1위에 오른 김아림은 이번 대회에서도 나흘 평균 255야드로 4위의 장타력을 앞세워 역전 드라마를 펼쳤다. 특히 마지막 16~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는 뒷심이 매서웠다.
먼저 경기를 끝내고 상위권 조의 완주를 기다리던 김아림은 우승 확정 소식을 듣고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이정은과 김지영(24)은 샴페인을 뿌리며 김아림의 첫 우승을 축하했다. 지금까지 US여자오픈에서 5타차를 뒤집은 우승자는 6명뿐이다. 그 이상의 간격을 추월한 사례는 없다. 김아림은 US여자오픈 사상 최다 타수 차 역전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김아림은 경기를 마친 뒤 “우승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영광스럽다. 공격적으로 치겠다는 각오로 나왔다. 생각대로 됐다”며 “지금의 시국에 경기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늘 내 경기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좋은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아림은 이번 우승으로 LPGA 투어 진출 길이 열렸지만 곧바로 결정하지 않고 ”충분히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김아림과 같은 순위에서 4라운드를 출발한 고진영도 마지막 날 리더보드 상단을 향해 질주했다. 이날 2타를 줄이고 최종 합계 2언더파 282타를 기록해 준우승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달 중순에야 LPGA 투어로 복귀한 고진영은 이로써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출전권을 극적으로 손에 넣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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