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축구를 재밌게 봤고, 클롭 감독을 좋아해요. 완벽히 쫓아갈 순 없겠지만 그런 팀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모든 선수가 전방 압박에 가담해 공수 전반에 기여하는 유기적인 축구로 세계 축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프로축구 K리그2 대전하나시티즌에 새로 부임한 이민성(48)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도 이와 같다. 굳건한 수비와 공-수 밸런스를 기반으로 한 빠른 전환이 이뤄지는 스피드 축구다.
이를 그라운드 위에서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이다. 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타이밍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져야 스피드가 살 수 있다. ‘이민성 축구’의 모든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패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체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이 감독은 부임 뒤 체력훈련 전문가 길레미 혼돈(39·브라질) 피지컬 코치를 영입했고, 대전 선수들은 지난달 경남 거제 1차 전지훈련 내내 혹독한 체력훈련으로 ‘지옥’을 경험해야 했다.
3일 제주 서귀포시의 대전 숙소에서 만난 이 감독은 이에 대해 “축구는 뛰어야 한다는 확신엔 흔들림이 없다”며 “몸이 힘들다고 느끼면 기술은 발휘될 기회도 없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2차 전지훈련은 본격적으로 이 감독의 전술을 선수들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이다. 레전드 수비수 출신 감독답게 수비 전술을 견고하게 만드는 데엔 더 큰 공을 들인다. 부주장인 풀백 서영재는 “비디오 미팅에서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부분들까지 개선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고칠 점들을 짚어주신다”며 “수비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느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실전 연습경기를 통해 이처럼 많은 훈련량이 소기의 성과로 확인되고 있다. 전날 올림픽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선 주전이 나선 전반을 1실점으로 막아냈고, 빠른 공수전환이 이뤄졌단 평가를 받았다.
초보 감독’임에도 명쾌한 철학을 제시할 수 있는 이유는 10년 동안의 오랜 코치 생활 덕분이다. 이 감독은 광저우 헝다, 강원 FC, 올림픽대표팀 등을 거치며 여러 명감독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으며 그들의 노하우를 체득했다. 이 감독은 “외국인 감독이 살아남기 힘든 중국 땅에서 구단과 선수의 신뢰를 얻는 이장수 감독님을 보며 많은 걸 배웠다”며 “김학범 감독님께는 치밀하게 공부해 경기를 운영하는 방식,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단단히 밀고 나가는 신념을 배웠다”고 떠올렸다.
대전은 지난 시즌 하나금융그룹의 인수로 재창단한 뒤 수준 높은 선수들을 영입해 승격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시즌 중반 아쉬운 경기력을 노출하며 최종 4위로 승격에 실패했다. 후반전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 탓에 역전승 경기도 거의 없었고, 평균연령이 낮은 선수들의 기복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를 바로잡을 적임자로 낙점 받은 이가 바로 이 감독이다. 그는 “훈련장, 경기장에선 엄하게 다그치지만, 훈련이 끝나면 편하게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1997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일본을 침몰시키는 역전골을 넣어 ‘도쿄대첩’을 일궈낸 주인공이다. 2002년엔 한일 월드컵 대표팀의 일원이기도 했던 그는 A매치 기록만 67경기(2골)에 달할 정도로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냈다. 다시 대중 앞에 나서게 된 게 부담도 될 법 하지만, 그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 시즌 목표를 묻자 지체 없이 한 단어만을 되뇌었다.
“저희는 무조건 승격입니다. 다른 게 필요 없어요. 무조건 승격.”
서귀포=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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