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주가 영하 8도를 찍었다.올 들어 가장 추운 겨울 날씨를 보인 30일 오후. 연탄 사용가구가 모여 있는 서울 서초구 접시꽃마을 판자촌에 특별한 봉사자 40여명이 모였다.
밀알복지재단 산하 헬렌켈러센터(센터장 홍유미)에 소속된 장애인들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시청각장애인들이었다. 저마다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중복 장애를 가진 이들이었다.두터운 점퍼와 장갑, 머플러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한용품으로 무장한 이들은 혼자서는 연탄을 나를 수 없기에 활동보조사와 2인 1조로 짝을 이뤄 봉사에 나섰다.
센터 설립 4년 만에 처음으로 진행하는 이번 연탄봉사는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시청각장애인들이 그동안 받은 사랑에 감사하며 보답하는 마음을 담은 봉사다.아울러 도움만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도울 수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앞서 센터 소속 장애인들은 정기적으로 갖는 자조모임을 통해 후원금 170만원을 모아 연탄 2000장을 후원했다.
이들은 각자 양어깨에 멘 지게에 연탄이 실리자 한발 앞선 활동보조사의 손을 잡고 길을 나섰다.좁은 골목을 지날 때는 서로 부딪히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였다.추운 날씨에,태어나서 처음 도전하는 봉사임에도 현장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시청각장애인 김지현(55)씨는 어릴 적에 연탄을 사용했었는데 옛날 추억이 생각난다.아직도 연탄을 사용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놀랐다고 말했다.이어 오늘 연탄 봉사를 통해 어르신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김씨는 이날 청각장애를 가진 활동보조사와 함께 연탄을 배달했다.이외에 늑골 골절로 치료 중이거나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인 장애인도 봉사에 동참했다.
또 다른 시청각장애인 봉사자인 윤세웅(49)씨는 시청각장애가 있어 봉사하는 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 기쁘다.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청각장애인은 이날 다섯 가구에 연탄 1000장을 배달했다. 헬렌켈러센터 홍유미 센터장은 (봉사를 통해) 그동안 받는 것에만 익숙했던 시청각장애인들이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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