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의 김연경(왼쪽)과 브루나가 24일 인천 계양 실내체육관에서 IBK기업은행과 가진 2020-2021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에서 공격에 성공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흥국생명이 붕대 투혼을 펼친 ‘주포’ 김연경을 앞세워 2020-2021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으로 진출했다. 김연경은 다친 오른손에 붕대를 감고 모든 세트를 소화하면서도 23점을 뽑아 승리를 이끌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기다리는 팀은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막판 부진을 틈타 1위로 역전한 GS칼텍스. 11년 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자신의 감정 표출로 빚어진 ‘네트 파문’과 팀 동료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여러 굴곡을 겪은 김연경은 이제 연장된 ‘봄 배구’를 우승으로 장식할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흥국생명은 24일 인천 계양 실내체육관에서 IBK기업은행과 가진 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대 0(25-12 25-14 25-18)로 승리했다. 플레이오프 최종 전적 2승 1패를 거둔 흥국생명은 GS칼텍스와 5전 3선승제로 펼쳐지는 챔피언 결정전으로 넘어갔다. 챔피언 결정전은 오는 26일부터 격일로 펼쳐진다. 1~2차전과 5차전은 GS칼텍스의 홈구장인 서울 장충체육관, 3~4차전은 계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흥국생명은 통산 5번째, GS칼텍스는 2번째 챔피언 결정전 우승에 도전한다. GS칼텍스의 경우 사상 첫 통합 우승도 노리고 있다. GS칼텍스는 올 시즌에 앞서 유일하게 정규리그에서 우승했던 2008-2009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흥국생명에 가로막혀 통합 우승을 놓쳤다. GS칼텍스의 입장에선 설욕전인 셈이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정규리그 중후반까지 선두를 질주하다가 팀 내분 조짐에 이어 핵심 전력인 쌍둥이 자매 이재영·다영을 학원 폭력 전력으로 무기한 출전 정지 조치하면서 침체의 수렁에 빠졌고, 그 결과로 정규리그를 2위로 완주했다. 흥국생명에도 챔피언 결정전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기회다.
이런 흥국생명을 챔피언 결정전까지 끌고 간 주인공은 김연경이다. 김연경은 지난 22일 경기도 화성 원정으로 펼친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오른손 부상을 입고 패배를 지켜봤다. 이날 3차전도 패배하면 팀의 우승이 불발되는 동시에 자신의 복귀 시즌을 그대로 끝낼 위기였다. 하지만 김연경은 이날 경기 1시간 전부터 오른손에 붕대를 감고 코트로 나타나 몸을 풀었고, 그대로 선발 출전해 3세트를 완주했다.
시작부터 좋았다. 김연경은 1세트에서 오른손으로 상대 코트에 공을 살짝 밀어 넘긴 오픈 공격과 기업은행 주포 라자레바의 스파이크를 저지한 블로킹으로 단숨에 2점을 뽑았다. 큰 힘을 들이지 않는 오픈공격에 스파이크를 적절히 섞어 1세트에만 8점을 뽑았다. 2세트부터는 작심한 듯 강한 스파이크를 기업은행 코트에 꽂아 넣고 점수를 늘려갔다.
이 틈에 브루나가 14득점으로 공격을 지원했고, 김다솔(15회)·박상미(12회)·도수빈(10회)은 기업은행의 반격을 디그로 받아내며 흥국생명의 코트를 지켰다. 마무리는 김연경의 몫. 김연경은 24-18로 앞선 3세트 매치포인트에서 퀵오픈 공격으로 결승점을 뽑아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인천=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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