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의 가을!/(詩;정기성(낭송:장화순)*♡
참으로 고맙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내 손끝 하나 더한 흔적이 없는데
세상이 야물게 잘 여물었다
너른 도장포 들녘에
구릿빛 해맑은 미소가 넘실거린다
햇살이 익혀놓은 농부의 한 해가
더 바랄 것 없이 겸손하다
인의산을 오르는 산 중턱에는
나를 닮은 가을이 있다
산길 지나던 누군가가 먹고 던진 감 씨 하나가
용케도 자연의 은혜를 입고 자라서
굵은 대봉감과는 견줄 수 없어도
산길 오르는 이의 허기진 배를 노략질하는
산감으로 익었다
억지스럽게 요란하게 꾸미지 않고
제 빛깔로 영글어 가는 일로의 가을이
둘러보아도 올려보아도
참으로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