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넘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학교 대강당에서 채플 수업을 듣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무료 식권인 ‘이화오병이어’ 광고가 나갔다. 아래 왼쪽은 교목실이 식권 배부를 준비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학생식당 배식대 옆 식권함에 담긴 이화오병이어 식권
지난 2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의 대강당이 2000명에 달하는 재학생들로 가득 찼다. 이날 채플(예배 수업)에 참석한 학생들은 강단에 선 동문 선배의 인생 이야기에 귀를 쫑긋했다. 연주와 찬양이 끝나고 이어진 광고 시간에는 ‘교목실에서 준비한 무료 식권이 준비돼 있으니 필요한 학생은 받아 가라’는 공지가 있었다.
30여분의 채플이 끝나고 학생 대부분이 강당을 빠져나갔을 무렵, 서너명이 대강당 입구 교목실 앞에서 서성였다. 조교는 교목실 앞 테이블에 식권이 수북하게 담긴 상자를 올려두었다. 학생들이 그 앞에 차례대로 줄을 섰고, 조교는 “식권 종류가 2가지이니 원하는 걸 택하면 된다”며 “학번만 적고 한 장씩 가져가라”고 설명했다.
곤란에 처한 학생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이화오병이어’ 식권의 이번 학기 배포 첫날의 모습이다. 교직원 추수감사예배 헌금 300여만원이 재원이 되어 지난해 11월 말 1차로 500여장 발행된 무료 식권 이화오병이어는 지난 3월에야 동이 났다. 교목실은 교직원 부활절예배 헌금으로 다시 600여장을 제작했다.
이화오병이어를 기획한 교목실장인 안선희 기독교학과 교수는 “코로나 여파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렵고 물가상승률이 높아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목실에서 회의를 거쳐 무료 식권을 만들었다”며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이고도 남은 오병이어의 기적과 같이 이화여대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2차 식권은 첫날 17장만이 주인을 찾아갔다. 교목실 박서연 팀장은 “지난 학기 학교 홈페이지에 ‘교목실에서 공짜 식권을 나눠준다’는 글이 올라와 학생 여럿이 식권을 가져간 경우가 있었는데, 나중에 그 취지를 알고 다시 돌려주러 왔다”고 했다.
교목실은 식당 선택지를 늘렸으면 좋겠다는 학생 요청에 따라 이화오병이어를 2차로 발행하며 사용 가능 식당을 2곳으로 확대했다. 교내 학생식당(5800원)과 교문 앞 식당인 청년밥상문간(4500원)이다. 특히 천주교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청년밥상문간은 김치찌개와 공깃밥을 3000원에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이화오병이어 식권으로 계란프라이와 라면까지 추가할 수 있다.
이화여대에는 오래전부터 비슷한 나눔의 전통이 있었다. 대학교회는 2006년부터 ‘만나’라는 이름으로 학기당 1000만~1500만원 상당의 생협 상품권을 어려움에 처한 이대생에게 지급해 왔다. 학생들은 만나로 끼니를 해결하거나 생필품을 구입했다. 또 채플에서 모인 헌금으로 ‘사랑나눔채플’이라는 기금을 마련해 국내외에 나눔을 실천해 왔다.
글·사진=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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